
엣추 국(엣추노쿠니)의 한 작은 마을에는 괴담이 있다. 고양이가 늙으면 꼬리가 두 갈래로 갈라져 사람을 먹는 요괴가 된다는 이 괴담은 마을 사람들에겐 단순한 괴담이 아니었다.
실제로 고양이를 키우던 어린 아이가 뒷산의 입구에서 신체의 일부를 뜯긴 채로 죽어있었던 것이다. 아이가 키우던 늙은 고양이는 그 뒤로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그 고양이 요괴, 네코마타의 짓이든지 아니든지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던 마을 사람들에게는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는 일이었다. 이 사건이 일어난 뒤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성묘가 되면 내쫓는 것이 불문율이 되었다. 또한 뒷산으로의 출입은 금지되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온 마을에 들릴정도로 울러퍼졌다. 아이의 어머니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민망해하면서도 아이를 다그치다, 설득하기에 바빴다.
"냥코, 냥코를 버리려는 거죠? 안돼, 싫어, 싫어어!"
"이대로 키우다간 요괴가 되어버린다고 몇 번이나 말했니, 이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냥코의 원래 집으로 돌려보내주려는 것이란다."
"아니예요, 냥코는 착한 고양이인걸, 사람을 잡아먹지 않을거예요!"
몇 번의 대화아닌 대화 끝에 어머니는 무력을 쓰기로 한 것 같았다. 아무리 몸이 여린 여성이라도 아직 네다섯 먹어보이는 어린 아이를 한번에 안아올리는 데에는 버거움이 없어 보였다. 지나가는 길을 따라 흔적처럼 남아 울리는 아이의 서러운 울음소리를 들으며, 마을사람들은 애잔함을 느꼈지만 어쩔수 없었다.
마을의 모든 불이 꺼진 깊은 밤이 되고, 버려진 고양이가 향한 곳은 네코마타의 서식지라는, 마을의 뒷산이었다. 미야- 하고 작게 우니 산 속에서 누군가 걸어 내려왔다.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고양이 귀에 엉덩이 윗쪽에 두갈래로 나뉘어진 꼬리를 달고 있는 그는, 마을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네코마타였다.
쭈그려앉아 고양이를 들어올려 안았다.
"그래 그래, 많이 무서웠지."
고양이와 대화가 통하기라도 하는 듯 작게 가르랑거릴 때마다 위로의 말을 건넸다. 어두컴컴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마을을 한번 노려보곤, 고양이를 안은 채 산속으로 돌아갔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조금만 올라가도 허덕였을 경사의 길을 사뿐사뿐 올라가던 중이었다. 어쩐지 또 다른 고양이가 보인 것 같아 발걸음을 돌렸다.
역시 밤나무 아래에 몸을 둥글게 말고 잠들어있는 그것은 노란 털에 검은 줄무늬를 가진 고양이가 맞았다. 고양이를 안지 않은 팔로 또 다른 고양이를 들어올리려 하니 어째서인지 품에 안겨있던 것의 몸이 경직된 것 같았다. 네코마타는 그저 다른 고양이를 경계하는 건가, 라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허리까지 무성하게 자란 풀을 헤치며 걷다보니 산 속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광활한 공터와 그 끝에는 자그마한 목조 가옥이 보였다. 공터에는 고양이들이 한가득 모여있었다. 네코마타가 공터로 들어서니 고양이들이 일제히 네코마타를 향해 환영하듯 울어댔다. 곧이어 품에 안긴 두 고양이를 보곤 몰려들었다. 새 식구에 대한 호기심이 그리도 많은지 쉴새없이 울음소리를 냈다. 물론 고양이들과 네코마타에게 그것은 대화였다. 하지만 마을에서 데려온 고양이와는 달리 밤나무 아래에서 데려온 고양이는 아직 깨어나지 않아서 그런지 그에 대해 말하는 고양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슬금슬금 피하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하여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까 너도 그렇고, 왜 이 아이를 피하는거야?'
순간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멎었다. 방금 전까지와는 확연히 대비되는 침묵에 네코마타는 머쓱해졌다.
'우리와는 달라'
가장 나이가 많은 고양이가 대답했다. 이어서 고양이들이 말하는 소리, 울음소리가 다시 공터를 울렸다.
우리와 비슷하지만 확실히 뭔가 달라. 그것, 어디서 데려온거야? 라는 말과 함께 상대적으로 어린 고양이들은 무섭다. 말걸기 께름칙하다.의 반응을 보였다. 자신처럼 요괴라도 되는걸까 해도, 전혀 요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고양이들이 언제나처럼 새 식구에 경계심을 갖지 않아 오늘 데려온 고양이가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었다. 하나둘, 하품하기 시작하더니 저들이 알아서 공터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품에 안긴 정체모를 고양이는 어떻게 할까 하다 결국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아무리봐도 고양이라 해도, 불안해하는 고양이들이 있는 한은 일단 분리해 놓는 것이 맞았다.
요를 깔고 누워 옆에 놓은 노란, 검은 줄무늬의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이 고양이는 잠에서 깰 생각을 안했다. 털정리를 자주 안하는 편인지 털이 약간 지저분했다. 고민하던 네코마타는 몸을 일으켜 대신 털을 정리해 주었다. 생각해보니 자고 있는 사이에 주변 환경이 달라져 있으면 놀랄만도 했다.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에 미안해하며 더욱 정성스레 핥아줬다.
"그르릉..."
핥아지는 것이 기분 나빴던 것인지 아니면 좋았던 것인지 고양이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고양이 특유의 가르랑거리는 소리와는 약간 다른 것을 보니 다른 존재라는 것인데....인간 혹은 고양이, 산속의 자그마한 존재들이나 몇몇 요괴밖에 보지 못한 - 비록 성인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 어린 편에 속하는 네코마타에게 이 존재는 처음보는 것이었다. 이 작은 동물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다시 눈을 감았다. 적어도 경계심을 가지고 있진 않은 모양이었다. 품에 안았던 동물을 옆에 뉘이고 네코마타도 잘 채비를 했다.
다음 날, 일어나보니 그 동물은 사라져 있었다. 고양이들에게도 물어보니 전혀 보지 못했다고 한다. 갑자기 사라진 작은 존재에, 네코마타는 걱정되었지만 주변의 산을 뒤져보아도 털 한올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네코마타와 고양이들은 잠깐 함께했던 낯선 존재를 잊고 다시 본래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네코마타에게 본래의 일상이란, 낮엔 고양이들을 챙겨주며 일광욕을 하고, 밤엔 쫓겨나거나 길잃은 고양이들을 데려오는 것이었다. 그 날도 여지없이 고양이 한 마리를 품에 안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당신이 그 네코마타였군."
생각지도 못했던 갑작스런 타인의 음성에 네코마타의 귀와 꼬리가 곤두섰다. 음양사일지도 모른단 생각에 절로 뒷걸음질 쳤다. - 앞서 말했듯이 - 어린 요괴인 네코마타에게 음양사라는 존재는 무척 위협적이라고 다른 요괴들에게서 들어왔다.
"훗,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된다구~? 초면도 아니니 말이다."
"너 뭐야."
사람과 직접적으로 마주친 적이 없는데 초면이 아니라니.
"흐음...이 모습이면 그나마 닮았으니 기억나려나."
눈 깜짝할 사이에 그 인간 - 처럼 보이는 낯선 존재 - 은 덩치 큰 짐승으로 변했다. 예전에 잠깐 본 적이 있는 그 노란 고양이었다. 덩치는 전혀 달랐지만 알 수 있었다.
"정말...대체 정체가 뭐야....?"
동물과 인간의 모습 둘 다 취할수 있는 요괴 아닌 존재에 대해서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네코마타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산의 수호신, 카라마츠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존재가 요괴라면, 이 요괴에 대한 두려움을 쫓고 의지하는 존재가 신이었다. 그리고 마을의 뒷산은 범신이 수호하고 있다고 사람들은 굳게 믿고 있었다. 물론 옛날에 아이가 죽은 뒤로 뒷산은 그들에게 그저 요괴소굴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카라마츠는 그저 오랜만에 자신의 산을 느긋하게 둘러보는 중이었다. 마을의 모든 불이 꺼진 심야라 산을 타기 편한 범의 모습으로 돌아다닌 것이 화근이었다. 마을로 통하는 입구쪽을 지나던 중 고양이에 불을 붙여 버리려는 아이를 발견했고,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자각하지 못한 채 달려들어 그만...
"그러니까, 네가 사람들이 고양이들을 버리도록 한 원흉이라고?"
네코마타가 화난 음성으로 카라마츠의 말을 끊고 물었다.
"나 때문에 그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나도 그 때문에 몇 십년이나 고생했다고?"
수호신으로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매우 큰 죄였다. 카라마츠는 그 이후로 - 네코마타가 발견했던 - 어린 범의 모습으로 돌아가 신으로서의 능력을 모두 잃은 채로 살아가야만 했다. 수호신의 신력이 없어진 산은 요괴가 살기 적합한 상태가 되었다. 네코마타도 그 시기에 사람들의 학대로 죽어버린 고양이들의 원혼이 쌓이고 쌓여 태어난 요괴였다.
"어쩐지...다른 애들이 요새 안보인다 했어."
이 산의 수호신이 다시 나타난 지금은 더 이상 요괴가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 된 것이다. 네코마타는 드물게도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요괴라 예외가 된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찾아온 이유가 뭐야? 이 산의 주인이 나타났으니, 꺼지라는 건가?"
"아니다, 아니야. 난 그저..."
카라마츠가 얼굴을 붉히며 마주보던 시선을 돌렸다. 범의 상태라 네코마타는 그가 얼굴을 붉혔는지는 몰랐지만, 수줍어한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째 기분이 묘했다.
"그 때처럼... 핥아주지 않겠나?"
네코마타의 얼굴은 카라마츠보다 더 달아올랐다. 자신을 유독 따르는 고양이들이 얼굴을 핥아달라는 요구를 해 온적은 많았지만, 들을 때는 그저 울음소리밖에 되지 않았던지라 이렇게 직접적으로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무, 무, 무슨 소리...!"
당황한 네코마타는 싫다는 말을 할 생각은 못한 채 그저 핑계를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지금의 너는...너무 커...!"
"흠, 그럼 다시 이 모습으로 돌아가야겠군."
아까처럼 눈을 순간적으로 감았다 뜨니 바로 앞에 카라마츠의 눈이 보였다. 짙고 푸른, 맑은 밤하늘과 새벽하늘의 색이었다. 뒷걸음질 치려는 네코마타의 어깨를 잡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 모습이라면, 괜찮지?"
도대체 자신에게 왜 이런 부탁을 하는지 모르겠다. 네코마타가 거부할 새도 없이 카라마츠가 먼저 볼을 핥아왔다.
"으아, 따가..워!"
혀의 돌기가 볼에 까슬거리게 맞닿아왔다. 네코마타는 따가우면서도 속에서부터 퍼져가는 간질거리는 느낌을 견디지 못하고 저도 모르게 카라마츠를 품에 안았다. 눈 앞에 보이는 목을 한 번 핥아올리고 - 카라마츠는 '히잇'하는 다소 우스운 소리를 냈다 -, 다시 떨어졌다.
"이제...됐어?"
서로의 얼굴이 복사꽃 마냥 붉었다. 카라마츠는 자신의 목을 손으로 더듬으며 네코마타에게 물었다.
"네..이름, 알려줄 수 있나?"
"이름...? 없어."
네코마타는 이름따위 없었다. 그저 사람들이 짓고 부르는 '네코마타'라는 호칭 뿐.
"그, 그럼 이치마츠, 어떤가!"
"켁, 뭐야 너랑 비슷하잖아."
그럼에도 싫다고는 말하지 않는 네코마타, 이치마츠였다. 이 날 이후 카라마츠는 매번 이치마츠에게로 찾아왔다. 고양이들은 처음엔 낯선 카라마츠를 경계했지만, 이치마츠와 비슷하게 동물의 귀와 꼬리를 가진 카라마츠에게 금새 호의를 가지게 되었다.
요괴 네코마타 이치마츠와 산의 수호신 카라마츠. 정반대의 이들이 서로의 마음을 알고, 같이 밤을 보내게 되는 것은 그리 머지 않은 훗날의 이야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