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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름을 주는 것은 마음을 열었다는 뜻이래

 


  "은인, 다녀왔는가!"

 -쾅!!

 복도 바닥에 진동이 울릴 정도로 크게 닫히는 문소리에 옆 방에서 욕설을 내뱉는 목소리가 들려와 이치마츠는 잠시 숨을 죽였다. 건조하고 피곤한 눈꺼풀 위를 벅벅 비벼 억지로 눈물을 내어봤지만 역시나, 차가운 철문 위 딱딱한 고딕체의 숫자는 바뀌지 않는다. 한숨을 꿀꺽 삼키려다가 푸욱- 결국 뱉어버렸다.

별 하나도 안 뜬 어두컴컴한 밖. 복도에 우두커니 서서 더러운 작업복의 주머니를 뒤져봤지만 역시, 재수도 없지. 돛대 남은 담배갑엔 라이터가 없었다. 아, 맞다. 그 싸구려 라이터, 가스가 다 빠져 버렸었지.

  "하아............"

 이치마츠는 다시 한숨을 뱉고는 결국 싸늘하게 식은 문손잡이를 꾹 부여잡고 문을 다시 열었다. 이 방이 아니면 갈 곳이 없었고, 지금 밖에서 밤새도록 추위와 씨름하고 싶은 기분도 아니었다. 그리고, 성냥이 방 안 서랍에 딱 하나 있던 것이 마침 기억났다.

 오우! 다시 왔는가 은인! 기다렸다구! 꾸물거리는 모습과 함께 들리는 목소리. 여전히 빛 한 점 들지 않는 어두컴컴한 현관 앞에는 시꺼먼 털덩어리 같은 것이 자리잡고 있었다. 최대한 저 털뭉치 같은 것을 슬금슬금 피한 이치마츠가 벽을 더듬어 불을 켜면 그제야 그 털뭉치의 정체가 눈에 보였다. 

 살찐 것 같은 노랗고 두툼한 모피에 검은 줄무늬. 몸은 호랑이를 닮았고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는 이상한 생물. 게다가 저 표정은 뭔데. 쓸데없이 해맑아보여 짜증이 났다. 

 분명 어젯밤, 어디서 왔는지 숙소 근처에서 추위에 떨던 젖은 고양이를 주워 수건에 둘둘 감아 하룻밤 재웠다고 생각했는데. 알아서 나가라고 창문도 조금 열어뒀었고. 

 어두운 밤에 불도 안켜고 잠만 잤던 터라 좀 축축한 부드러운 털과 아직 살아있다는 온기 만을 느끼고는 모습을 확인하지도 못하고 새벽에 나갔던 것이 기억났다. 예전 같으면 고양이를 직접 밤새서 보살폈겠지만, 일에 절여지다못해 찌들은 지금은 모든 것이 귀찮았다. 쓰레기 같은 인생 죽지 못해 사는거지. 죽을 용기도 없었지만.

 그래서, 외계인 신고번호가 몇 번이더라.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이 허름한 방 안에는 그 흔한 전화기 하나 없었고 저도 휴대폰 같은 최신 문물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나마 기계라고 해봤자 찌그러진 고철 알람시계와 커피포트 뿐이었고. 게다가 이 지역은 공장과 숙소 건물 두 채만 달랑 있는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 경찰도 헛소리라고 취급하고 안 올게 뻔했다.

 아 제발, 이제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몸을 슬금슬금 뒤로 빼며 좁디 좁은 방안에서 유일하게 튼튼한 철제 후라이 팬을 슬그머니 쥐었다. 여차하면 머리를 후려갈겨 기절시키거나 밖으로 내쫓을 셈이었다. 의욕 없는 삶이긴 했지만 이상한 생물체에 죽임 당하는 끝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았다. 쫓아낸 뒤 다른 사람이 당하는거야 나랑은 이미 상관없고. 

 호랑이처럼 생겨선 두 발로 선 그것은 줄무늬 꼬리를 휙휙 흔들며, 다시 우렁차게 소리쳤다. 목소리는 또, 저 우습고 쬐끄마한 모습에 어울리지 않게 부드럽고 듣기좋은 맑은 저음이라, 이치마츠는 풀리려는 경계심을 다 잡았다.   
  "어젯밤은 정말 신세를 졌군. 내 이름은 카라마츠! 은인의 존함은 무엇인가!"
  "...그냥 반장님이라고 불러."

 꼬리에 시선이 팔려 대충 대답하자 그 카라마츠라는 생명체는 오우-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이곤 그 짧디 짧은 팔과 다리로 몸을 구부리고 한 번 웅크렸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꼬리는 아직도 휙휙 흔들리고 있었다. 설마 개과인가.

  "반장님 고맙다!"
  "...?"
  "신하들에게 들었거든, 반장님에게 무척 신세를 졌다고. 그래서 보답을 하고 싶어 오랜만에 속세로 나왔지만 짓궂은 강물과 COOL한 겨울 여신의 입김에 정신이 미혹되었다가 미궁을 헤매는 바람에 그만 반장님을 보기도 전에 기브-업하고 말았지.. 크윽. 고독과 고난이 따르는 나의 인생..!"

 ...우와, 외계인 주제에 영어를 쓰고 있어. 언어를 이상하게 익혔는지 이상하게 말을 하고는 있지만, 물에 빠져 추위에 떨다가 길 잃고 헤맸다는 것 같은데. 근데, 그거 설마 큰절이었나. 아무리봐도 고양이가 식빵 모양으로 웅크린 것 같았던 자세에 이치마츠는 저절로 떨떠름한 표정이 지어졌다. 

  "....신하가 누군데."
  "설마 모르는 건가?"

 고개를 대충 끄덕거려주자, 카라마츠가 벌떡 일어나더니 그 짧은 팔다리로 뭔가 이상한 포즈를 취하며 외쳤다. 오- 지저스!! 몸이 비비 꼬인 자세가 힘겨웠는지 꼬리가 제멋대로 꾸물거리다가 카라마츠의 얼굴을 쳤다. 아우츠! 
 아픈 얼굴을 잡던 카라마츠는 자신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황급히 다시 자세를 잡고 폼을 잡았다. 못 본 척 하기엔 꼬리에 맞은 자국과 눈물이 너무 대놓고 보였다. 근데 진짜 어디서 말 배워온거냐.  

  "그럼 다시 나를 소개하지! 난 반장님에게 감사를 전하러 온 고양이들의 KING 카라마츠다! 그리고 운명인지 반장님에게 다시 신세를 졌군. 그러니 반장님은 특별히 나를 카라마츠라고 불러도 좋은 특권을 주겠다!"  
  "아니, 필요없는데."
  "에"

 이치마츠의 대답에 당당하게 뽀송한 흰 가슴털을 내밀며 방긋 웃던 카라마츠가 순간 시무룩한 표정을 보였다. 이치마츠는 그 얼빠진 모습에 긴장이 좀 풀려 손에 들었던 후라이팬을 내려놓고 하품을 크게 했다. 이 멋없고 멍청한 것 같은 자칭 고양이들의 왕은 자신을 공격할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신세는 무슨, 그냥 먹이 몇 번 챙겨준 것 뿐인데. 그리고 너나 나나 짐승 같은 생활은 마찬가지구나,하며 먹다 남은 참치캔을 줬을 뿐이고. 

 은혜고 뭐고 피곤했고, 유일하게 즐기는 취미인 잠을 잘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 짜증났다. 하품이 다시 크게 나왔고, 피곤한 눈을 다시 문지르다가 아직도 굳어있는 카라마츠를 지나쳐 침대에 털썩 엎어졌다. 뒤에서 은인? 반장님? 반장니임~?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어쨌든 자신은 이 짧은 잠이라도 자고 다시 일을 나가야했으니까. 

 내일은, 어떻게든 되겠지. 꿉꿉한 냄새를 풍기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았다. 그렇지만 역시나 일에 너무 쩌든 것이 버릇이 된 모양인지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예민해지기도 했고. 

  "반장님, 자장가라도 불러줄까?"

 잠자코 무시하자 옆에서 꾸물거리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좋은 꿈꾸길." 

하며, 머리에 토닥토닥 닿는 말캉이고 따뜻한 감각. 뭐야 지금 내가 어린앤 줄 아나. 그렇지만 그 말랑말랑한 온기에 이상할만큼 긴장이 풀려버려서. 

 어두컴컴한 방 안은 곧 조용한 숨소리만이 울렸다.  


*


 숙소로 돌아오다가 문득 어젯밤 토라카라(호랑이 왕이라고 부르기에는 호랑이가 불쌍했고 카라마츠가 하찮았다.)의 생각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 기억났다. 그것도 너무 오랜만의 단잠에 정신없이 자다 지각 직전에 깨서 뛰쳐나와 밀려오는 일을 정신없이 지휘하고 자러 돌아오는 길에서다. 

 ...그냥 그대로 나가줬으면 좋겠지만. 이치마츠는 아침에 하얀 배를 보이며 널부러져 자고 있던 불편한 동거...인(사람이라고 불러도 될까 한참 고민했다.)의 생각에 한숨을 쉬며 다시 방문 손잡이를 당겼다.  

  "반장님, 어서오게나!"

 노란 줄무늬 꼬리가 살랑거렸다. 역시, 은혜인가 뭔가를 하기 전까지 안간다는 패턴이지 이거. 대충 침대에 걸터앉아 자신의 앞에 짧은 다리로 앉은 토라카라를 내려다봤다. 

  "그래서 뭘로 은혜를 갚을건데?" 
  "하항, 무엇이든 말해봐라!"  

 돈을 줄 수 있어? 농농. 그런 물질적인 것은 뜨거운 하트가 전해지지 않는다구? 그럼 그 가죽은? 나, 나는 아직 살고 싶지만, 반장님이 원한다면야 이 한 몸 바쳐서 은혜를 갚는 게 도리! 말은 저렇게 하지만 금방이라도 뚝뚝 눈물을 흘릴 듯 울먹거리는 것에 그만두라고 손을 저었다. 여자는? 러브는 직접 쟁취하는 것이지! 괜찮은 레이디는 알고 있는데 소개해줄까! 어차피 고양이겠지라며 작게 중얼거리자니 눈만 동그랗게 뜨고 뭐라했는가, 하고 쳐다보는 것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그래, 집은? 집을 줄 수 있어? ...훗, 나의 집이라면 고-져스한 분위기가 흘러 산 건너 여우형님도 탐내는 물건이지. 그렇지만 은인인 반장님이라면 얼마든지 줄 수 있다! 아니, 됐어. 그런 고양이 집. 에? 결국 할 수 있는 게 없는 토라카라에게 그냥 필요없으니 가달라고 넌지시 말했지만 고집불통인지 고개만을 붕붕 흔들고는 갈 생각을 안한다. 은혜는 꼭 갚는다! 그게 KING으로서의 신념이다! 아, 예.

 다시 한숨을 쉬곤 물이라도 마실 겸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가스레인지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토라카라의 꼬리가 부왁하는 효과음을 내면서 크게 부풀어 올랐다. 이 녀석, 뭔가 했군. 눈을 가늘게 뜨고 내려다 보니 딴청부리는 폼이 아주 대놓고 수상하다.

  "무슨 짓을 한거야."
  "벼, 벼, 별로. 아, 아무것도 안했다!"

 어차피 좁은 집안, 허둥거리는 작은 토라카라를 성큼 뛰어넘어 한걸음 다가서면 역시나, 아주 사고도 대형사고를 쳐놓으셨다. 작은 싱크대 안이 유리조각으로 엉망이다. 그, 그게.. 작은 목소리가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곧바로 내쉰 한숨소리에 묻혔다. 어차피 밥 같은 것 해먹지도 않지만 이거 내버려두면 안되겠지. 피곤한데 일거리만 늘어난 터라 자신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을 저도 아는지 줄무늬 꼬리가 정신없이 꾸물거리며 바닥을 불안하게 쓸어대고 있었다.

  "이봐, 아무것도 못하고 이럴거면 진짜 그냥 나가주,"
  "가, 가슴만질텐가...?"
  "..........하?"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그런 것에 넘어가겠냐라고는 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치마츠는 어느새 토라카라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는 새가슴처럼 폭신폭신하게 부풀어서는 뽀송뽀송해보이는 털뭉치를 주물거리고 있었다. 훗, 내 털은 늘 최고로 관리하고 있다구~? 기분 좋은 게 당연하지! 고양이처럼 다리 위에 드러누운 주제에 얼굴은 당당해보이는 것이 웃겨 털을 힘껏 움켜쥐니 토라카라는 꺄웅하고는 급하게 말문을 닫았다. 예민한 부분이니까 섬세하게 다뤄주게 반장님! 울먹거리는 얼굴은 덤이다. 역시 이 녀석은 왕이라기엔 너무 하찮았다. 하찮은 토라카라.

 근데, 뭐야 이거. 정말, 굉장히, 어마어마하게 기분 좋았다. 푹신하고 부드럽고, 무심코 쥐어뜯고 싶은 그런 부드러운 감각이 손에 감돌고 있었다. 마약? 솜사탕? 얼굴도 부벼보고 싶었지만, 내 안의 무언가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감각에 그것은 끝내 그만뒀다. 게다가 모피가 두꺼운 편이라 늘상 차갑던 다리에 굉장히 따뜻하고 묵직한 난로 덩어리가 얹혀있는 감각에 이치마츠는 뜨끈한 탕파라도 껴안은 것처럼 갑자기 졸음이 몰려왔다. 깨진 유리는.. 다음에 치우자.

  "쓸데없는 은혜는 됐고, 자자."
  "에"

 그대로 토라카라의 가슴털을 움켜쥐고 침대에 쓰러진 이치마츠는 또다시 그대로 어둠에 밀려가는 감각을 느끼며 잠에 빠져들었다. 어쩐지 오늘도 뒤척임 한 번 없이 푹 잠들 느낌이다. 


*


 어느 때처럼 숙소로 돌아가던 길,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넣었더니 토라카라와 처음 만났던 그때의 돛대 든 담배갑이 그대로 작업복 안에 있는 것에 이치마츠는 문득, 토라카라와 지낸 시간이 꽤 지났다는 점에 깜짝 놀랐다. 꼬박꼬박 하루 한갑씩 피워내던 담배를 안 피운지도 벌써 보름. 올려다본 시꺼먼 겨울 밤하늘은 허연 입김만 피어오르고 저 멀리 보이는 달은 둥근 큰 보름달이었다. 

 정말, 언제 시간이 이렇게 지난거지. 이치마츠는 구깃구깃한 담배갑을 만지다가 다시 주머니 속에 밀어넣었다. 거의 다 지나간 겨울이었긴 하지만 아직 바람은 손끝이 매우 얼얼했고 담배를 피울 생각은 들지않았다. 며칠 전이었던가, 토라카라가 옷에서 이제 독한 재냄새가 이제 나지 않는다며 기뻐했던 것이 생각난 것은 아니다. 그냥, 손이 시려서, 그랬을 뿐이야. 

 토라카라는 확실히 이치마츠에게 은혜를 갚고 있긴 했었다. 물론,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였지만. 실수를 할 때마다 자신의 마성의 가슴털을 들이밀던 토라카라의 잔망스런 행동에 한숨을 푹푹 쉬며 넘어가주고만 이치마츠도 문제이긴 문제였다.  하지만, 불편하게 노루잠만 자던 공간에서 놀라울 정도로 깊은 숙면을 취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은 대단하지. 

그 쬐깐한 몸으로 어찌했는지는 모르지만 꿉꿉한 먼지내와 머리쩐내 나던 더러운 시트와 베개에서 제대로 세제와 햇볕냄새가 났고, 늦은 식사긴 했지만 모양이 이상하지만 먹을만한 주먹밥 같은 것도 있었다(놀랍게도 속은 참치와 연어였다.) 그리고 먼지 쌓여있던 속옷더미와 양말은 세탁되어 정리되어 있었고, 어두컴컴하고 퀴퀴한 방이 놀라울 정도로 깨끗해졌다.  그리고 신하들이 놀러왔다며 우르르 고양이들을 끌고 들어와 자신을 깔아뭉갰을 때는 솔직히 조금 행복하기도 했다.

자신을 기다리는 따뜻한 방. 이치마츠는 어쩐지 이 잠만 잤던 공간이 더 특별하게 여겨졌다. 마치, 집 같은. 그럼 토라카라는 부인인가. 꼬리를 흔들곤 가슴털을 당당하게 내밀며 오우, 카라마츠 보이☆! 내게 반했군 그렇지, 하항?하며 보기 나쁜 표정을 짓는 토라카라의 모습에 문고리를 잡으며 고개를 황급하게 붕붕 저었다. 헛소리. 확실히 지금의 자신은 조금 미친 것 같았다. 아 그 녀석, 빨리 안가려나. 나까지 이상해져버린다고. 이치마츠는 조금 헛웃음을 짓다가 천천히 숨을 뱉고 문을 열었다. 

  "다녀왔습니다.."

 조금 익숙해진 말에도 방 안은 어두웠다. 어쩐지 싸늘했고, 언제나처럼 들려오던 [다녀왔는가!]하고 반기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라. 머리 속에 뭉근히 떠오르는 불안하게 떠는 의문점. 무심코 입을 열어 그대로 내뱉고 만다. 

  "...어디있어, 카라마츠. 사고쳤어도 용서해줄테니까."

 컴컴한 방에 낮고 쉰 목소리가 울리는 것에 조금 소름이 돋았다. 어라, 내 목소리가 이렇게 떨렸던가. 어, 그러니까, 이 다음에 내가 어떻게 했지. 신발을 벗고.. 그리고...

 고작 보름인데, 보름이었을 뿐인데, 이 좁은 방 안에 단 한 명이 없어졌을 뿐인데 이 다음에 무엇을 해야할 지 생각이 전혀 안나 이치마츠는 그대로 우두커니 현관 앞에 그렇게 굳어졌다. 지금 누굴 가지고 노는건가. 이 외계생물체 쿠소토라자식,  너 지금 은혜 같은 거 하나도 안 갚았거든. 그러니까, 그러니까... 차마 마지막 말은 뱉을 수가 없어서 천천히 다시 체념하려 속으로 삼키고 있던 그 때.

 -똑, 똑, 똑.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렸고, 천천히 문이 열렸고, 자신의 키높이와 시선이 맞는 그 익숙하고, 순해빠지고, 선명한 검은 눈동자가.
 
  "다녀왔는가, 반장님! 오늘은 보름달이 큰 밤! 고양이들의 파티가 열리는데, 가지 않겠는가?"

 갑자기 사람이 되었지만, 작은 변종 호랑이였을 때처럼 똑같이 방긋방긋 순하게 웃는 카라마츠의 모습에 결국 나는.

  "내 이름, 이치마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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