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주 전, 골목길에서 한 마리의 동물을 보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발견했다.
이치마츠는 하교 후 언제나 가는 곳, 어둡고 칙칙한 골목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골목길에 서식하고 있는 떠돌이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것이 그의 일상 중 하나였다. 이치마츠는 평소처럼 골목길 근처 슈퍼에서 고양이밥을 구매했다. 구매한 고양이밥은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골목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둡고 칙칙한 골목길로 들어서자, 평소 자신의 곁으로 살금살금 오던 떠돌이 고양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주변이 너무나도 조용했다.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이 골목길은 떠돌이 고양이들의 서식지이기에 평소 울음소리로 가득한 곳이었다. 그런데 어떠한 소리하나 나지 않다니, 이상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이치마츠는 미간을 찌푸렸다. 조심스레 골목길 사이로 걸어보았다. 아무리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힐지라도 발소리가 벽에 반사되어 골목길 사이로 울려 퍼졌다. 그렇게 얼마안가 바닥에 널브러진 담요가 눈에 보였다. 그 담요는 얼마 전 고양이들을 위해 갖다 놓았던 물건이었다. 그런데 담요 쪽으로 한 발 내딛자 순간 그 안에서 무언가가 꿈틀대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무릎을 굽히고 상체를 숙여보았다. 담요 가운데 쪽만 동그랗게 부풀어 있었다. 담요 안에 무언가가 있다는 증거였다.
이치마츠는 침을 꿀꺽 삼키며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았다. 긴장감으로 인해 식은땀으로 적셔진 손. 천천히 담요를 들춰보았다. 그러자 갈색 빛의 털과 검은색 줄무늬가 그려져 있는 조그마한 동물이 고개를 파묻은 채 자신의 몸을 둥글게 말고 있었다.
“고양이... 인가.”
보통이면 낯선 이의 인기척에 경계를 할 법한데, 동물은 반응이 없었다. 담요를 걷었던 손으로 천천히 쓰다듬어 보았다. 손끝으로 차가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여전히 고개를 파묻은 채 미동조차 없는 것이 이상했다. 배 쪽으로 손을 옮겨보았다.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동물의 호흡은 너무나도 가냘팠다. 마치 지금이라도 숨이 꺼질 것만 같았다. 더군다나 배 주변에는 이미 굳어버린 혈흔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혈흔을 본 이치마츠는 재빨리 일어나 담요와 함께 동물을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 그리고 있는 힘껏 뛰기 시작했다. 바닥에 두었던 가방을 챙길 겨를이 없었다. 한시라도 이 동물에게 살 수 있는 기력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살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있는 힘껏 뛰어간 종착지는 이치마츠의 집이었다. 이치마츠는 가쿠란 오른쪽 바지주머니 안에 있던 열쇠를 허겁지겁 꺼내고 작은 열쇠구멍 안으로 열쇠를 집어넣었다.
철컥.
쇳소리의 움직임이 귓가에 들리면서 이치마츠는 열쇠를 열쇠구멍에서 뺄 생각도 안하고 벌컥 문을 열었다. 현관에 신발을 벗지 않은 채 그대로 집 안에 들어와 바닥에 담요와 같이 동물을 고스란히 두고 구급상자를 찾기 시작했다. 이치마츠는 떠돌이 고양이들 때문에 하루마다 잦은 상처들을 달고 살았다. 그렇기 때문에 구급상자를 빠른 시간 안에 찾을 수 있었다.
구급상자를 열고 담요 위에 부들부들 떨고 있는 동물을 치료하는데 전념했다. 어두운 골목길에서 봤을 땐 작은 고양이인 줄 알았다. 하지만 밝은 빛 아래에서 보니 아까 어두운 갈색 빛이 아닌 노란색의 털로 덮여 있었다. 그리고 보통 고양이들과 다르게 동그란 귀가 양 쪽으로 있었다. 입 안 쪽은 뾰족한 엄니가 양 쪽으로 자리 잡혀 있었고, 마지막으로 얼굴부터 몸통, 꼬리까지 검은색의 가로 줄무늬가 있는 것으로 보아, 덩치는 작았지만 이 동물은 호랑이였다. 짐승이었다.
시간이 흘러 호랑이는 낯선 손길에 점차 눈을 뜨기 시작했다. 초점이 흐릿한 광경 속에서 자신을 만지고 있던 그 손길은 위협 그 자체. 호랑이는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앞발에 잠들어 있던 발톱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는 힘껏 할퀴었다. 그리고 재빨리 방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호랑이를 치료하고 있던 이치마츠가 갑작스런 날카로운 공격에 그만 오른손에 상처를 입히고는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이치마츠는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발톱으로 생긴 상처에서 누군가가 그어놓은 듯 대각선으로 빨갛게 그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새빨간 피가 사이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윽고 피는 팔을 통해 그의 새하얀 가쿠란을 빨갛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이치마츠는 자신의 윗옷을 벗고 오른손을 지혈했다.
“괜찮아, 널 위협할 생각은 없어.”
상처를 낸 뒤 구석으로 도망간 호랑이를 바라보았다. 잔뜩 경계한 듯 빳빳하게 세워진 꼬리와 털, 언제라도 공격을 행하겠다는, 날카롭게 세워진 발톱과 엄니, 무엇보다 매서운 호랑이의 눈빛을 마주 본 이치마츠는 순간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아무리 작은 덩치를 지닌 동물일지라도, 이는 짐승이었다. 야생동물이었다.
이 상황에서라면 다른 사람들은 벌벌 떨다 못해 주저앉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치마츠는 달랐다. 아무리 경계하고 위협한다고 해도, 그에게 있어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호랑이 새끼는 마치 고양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치마츠는 무언가 생각난 듯 자신을 잔뜩 경계하고 있는 호랑이를 뒤로하고 거실에 있는 냉장고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냉장고의 문을 열고 어제 먹다 남은 가라아게를 꺼냈다. 먹기 편하게 작은 플라스틱 그릇에 담고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와 호랑이 앞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캬아앙!”
“호랑이는 키워 본 적이 없어서, 괜찮으면 그거라도 먹어.”
날카로운 엄니를 드러내며 경계를 하고 있는 호랑이의 태도에 이치마츠는 머리를 긁적이며 가쿠란으로 지혈하고 있던 오른손을 치료하고자 구급상자 쪽으로 몸을 틀며 붕대를 찾기 시작했다.
호랑이는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는 그를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치만 그것도 잠시, 자신의 앞에 놓인 가라아게로 시선을 돌렸다. 호랑이는 며칠 동안 먹지 못한 허기짐에 가라아게를 보면서 순간 뱃속에 꼬르륵 소리를 내며 요동을 쳤다. 잔뜩 경계했다가 한 번에 몰려오는 공복감이 와장창 무너졌다. 호랑이는 허겁지겁 가라아게를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개, 두 개 이상을 먹자 순간 풀어지는 호랑이의 얼굴을 보며 이치마츠는 치료하다 말고 피식 웃어 보인다.
“잘 먹네.”
“...! 크르릉.”
자신이 내어 준 가라아게를 허겁지겁 먹고 있는 호랑이를 바라보면서 귀엽다 생각하여 말을 걸었지만, 호랑이는 이치마츠를 매서운 눈으로 경계하고 있었다.
이 호랑이는 어두운 골목길에, 그것도 떠돌이 고양이들의 서식지에서 혈흔이 굳어 갈 정도로 상처를 지니고 있었을까. 그 상처는 누가 낸 것일까. 동료 혹은 다른 동물들이랑 다툼 후 생긴 상처였을까, 아니면 사람에게서 생긴 상처였을까.
이치마츠는 자신의 오른손을 치료한 뒤 호랑이 앞으로 다가갔다. 호랑이 입가에는 가라아게로 인해 입 주변이 번들거렸다. 이에 또 다시 피식 웃어 보인다.
“네 이름, 카라마츠로 해.”
“...크르릉.”
“어디 갈 곳 없으면 여기 있어. 상처 다 나을 때까지.”
이치마츠는 그의 이름을 ‘카라마츠’라 짓고, 카라마츠의 상처가 다 나을 때까지 그를 데리고 있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래, 상처가 다 나을 때까지 쭉-.
